동래성 함락 전, 백성들이 숨은 범어사 암자군의 실체는?

임진왜란 당시, 백성들은 어디로 피신했을까요? 동래성이 무너지기 전, 그들이 숨었던 공간은 단순한 암자가 아니었습니다.

범어사 인근 암자군은 1592년 임진왜란 동래성 전투 직전, 백성과 승려들이 함께 피신한 복합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종교·공동체·생존 전략이 응축된 이 공간은 전쟁 속 민중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실물 흔적이기도 합니다.



전투 직전, 백성들이 왜 범어사로 향했나?

『선조실록』과 『임진록』 등에 따르면, 동래성이 함락되기 직전 백성과 승려들이 범어사 인근 암자로 대거 피신했습니다. 성이 무너지기 전, 북쪽 금정산 계곡길을 따라 이동한 이 경로는 사실상 민중 피난의 주 동선이었습니다.

범어사 암자군, 전란 속 실존 피난처

범어사 주변에는 홍성암, 만덕암, 보명암 등 작은 암자들이 금정산 줄기에 분포해 있습니다. 이들은 본래 승려 수행처였지만, 전란 시기에는 피난과 공동기도, 의식의 중심지로 기능했습니다.

문헌과 현장이 만난 고증 결과

17세기 금강산도첩 등 고지도에는 범어사 주변에 소규모 암자 다수가 기록되어 있으며, 현장 조사 결과 일부 암자 주변 토양층에서 당시 전란 흔적으로 추정되는 재층, 무기 파편이 발견됐습니다.

전쟁과 종교, 공동체가 만난 공간

암자 안 불전 앞에서 공동 기도와 의식을 지낸 기록이 구전으로 전하며, 암자 주변 움막터 흔적은 비상식량 분배 장소로도 기능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숨은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 생존 거점’이었음을 입증합니다.

현장 답사, 어떻게 해야 하나?

범어사에서 시작해 금강계곡 방향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가면 홍성암과 만덕암 등 주요 암자군을 순례할 수 있습니다. QR코드 해설, 전란 동선 지도가 마련되어 있어 역사를 따라 걷기 좋은 코스입니다.

문화재 지정과 보존 현황

범어사 암자군은 부산시 기념물 제267호로 등록되어 있으며, 일부 암자는 복원되어 운영 중입니다. 다만 전란 흔적에 대한 시각적 해설은 부족해 추가 보완이 요구됩니다.

현대적 시사점: 재난 피난 공간의 모델

전란 시기에 암자군은 단순 대피소를 넘어 정신적 안정과 공동체 연대의 공간이었습니다. 이는 현대 재난 대응에서도 중요한 공간기획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맺음말: 백성의 발걸음을 따라, 암자군을 걷다

범어사 암자군은 피난과 기도, 생존이 얽힌 복합 공간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길을 따라가며, 전란을 피해 걷던 백성들의 마음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단순한 암자가 아니라, 역사와 기억이 스며든 생존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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